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일정이 미뤄지면서 두 후보는 19일 기호 2번(오 후보)과 4번(안 후보)으로 각각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날 안 후보가 “오 후보의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며 풀리는 듯했던 협상 분위기는 오 후보가 “말만 수용한다고 한다”고 반박하며 뒤집히는 등 몇 차례나 반전을 거듭했다. 지도부까지 나서 신경전을 벌인 끝에 두 후보가 모두 “상대 후보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실무협상 재개가 예고됐다. 일각에선 정권 심판 명분을 앞세운 야권 주자들이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선 세부 룰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오세훈 방식’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다른 것이 확인되면서 협상은 또다시 어그러졌다. 오 후보는 오후 1시께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가 제안을 다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썼는데 어떤 안인지 불투명하다”며 “경쟁력 조사는 받겠다고 하지만 적합도는 사라졌다. 유선 반영 비율도 수용하겠다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면서 두 후보는 이날 오후 각각 후보 등록을 했다.
단일화 협상이 파행될 위기에 놓이자 두 후보가 오후 3시30분께 각자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방의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분위기는 또 뒤집혔다. 오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수용안을 밝히지 않았던 안 후보는 추가 기자회견에서 “오 후보가 요구하는 유선 10%와 적합도·경쟁력 반반 조사를 다 수용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에 오 후보도 입장문을 내고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 여론조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단일화 난항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이자 서로 앞다퉈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란 분석이다. 두 후보는 사전에 상대방과의 협의나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협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물밑 접촉도 없던 양측이 양보안을 동시에 꺼내든 것은 그만큼 단일화가 시급하다는 명분엔 동의한 것이라 협상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에선 선거운동 시작일(25일) 전까지인 2차 데드라인을 사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선거운동을 두 후보가 동시에 하는 게 최악의 상황”이라며 “24일까지 무조건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들도 지지부진한 단일화 협상을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피로도가 커진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날 국민의힘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5선 조경태 의원은 “단일화가 늦어질수록 부산시장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4선의 박진 의원은 “단일화 늪에 빠져 야권이 서로 손가락질하는 게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월요일에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상승세를 그려온 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 우열이 확실히 드러나면 꽉 막혀 있는 단일화 협상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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