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는 20대 한국계 여성이 '중국으로 꺼져'라는 욕설을 듣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한 백인 여성의 부친이 전 연방 상원의원으로 밝혀지면서 미 엘리트계의 사회적 인식 수준이 "충격적이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는 한인 여성에게 인종차별적 언사를 한 백인 여성이 마우라 모이니한이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모이니한의 부친은 하버드 대학 교수 출신으로 과거 인도와 유엔 대사를 지낸 고 다니앨 패트릭 모이니한 전 연방 상원의원이다.
모이니한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저지른 인종차별 언행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택시와 관련된 논쟁이었고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인생 대부분을 아시아 사람들과 협력했고 특히 중국 공산당과 지속적인 투쟁, 티베트인 기본 인권 확보를 위해 내 삶 대부분을 바쳤다"고 해명했다. 또 모이니한은 "부부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뉴욕 맨해튼 킵스 베이에서 한국계 여성 마리아 하 씨는 백인 여성 모이니한으로부터 '중국으로 돌아가라' 등 언어폭력을 당했다. 하 씨는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더니 한 여성이 나를 보고 있었다"며 "이 여성은 내 눈을 바라보며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당시 모이니한은 하 씨에게 "너는 이곳 출신이 아니다. 중국에서 왔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 씨에게 "중국으로 꺼져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하 씨는 곧바로 집으로 간 뒤 남편인 대니얼 리를 데려왔다. 리 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이니한은 택시에 탄 뒤였다. 리 씨가 택시로 다가가 "당신이 그렇게 말 한 것인가", "나는 미국인이다" 등 항의했다.
그러나 모이니한은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오히려 소리쳤다. 이를 들은 하 씨의 남편 다니엘 리는 "알겠다. 이걸 촬영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부부가 현장을 떠나려는 순간 해당 모이니한은 택시 창문 밖으로 "중국 공산당으로 꺼져"라며 다시 욕설을 내뱉었다.
하 씨는 자신의 SNS에 해당 영상을 게재하면서 "이 여성을 보신 분들은 알려주시고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는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 범죄가 150% 증가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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