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나타난 서울 지역 전세난이 인기 학군 지역 중심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섰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의 전셋값은 전주(0.10%) 대비 오름폭이 절반으로 축소한 0.05%를 기록했다. 강남구(-0.07%), 강동구(-0.02%), 송파구(-0.01%) 등 강남권 지역은 전셋값이 떨어졌다.
정부 공인 시세 조사기관인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도 지난주 서울 전셋값이 0.05%로 전주(0.06%) 대비 상승 폭을 줄이며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올랐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고가 전세가 많은 강남 3구 지역은 매물이 쌓이며 상승 폭이 0.01~0.02%로 낮았다.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값은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울의 학군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고 가격 안정세가 완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는 지난 1일 9억원(8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지난 1월 15일 저층이 10억원(2층)에 거래된 것보다 1억원 빠졌다. 이 면적 현재 시세는 7억5000만~8억5000만원으로 더욱 낮아진 상태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단지 전용 71.37㎡도 지난 1월 26일 6억7000만원(10층)에서 이달 6일 5억8000만원(11층)으로 전셋값이 하향했다.
서울의 또 다른 인기 학군 지역인 중계동 은행사거리 근처에 있는 청구3차 전용 84.77㎡는 지난달 21일 8억7000만원(15층)까지 가격이 올라 전세 계약이 성사됐으나 현재 시세는 7억7000만∼7억8000만원에 형성돼있다.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통계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작년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면서 가파른 전셋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전날 기준 서울아파트 전세 물건은 이달 들어 7.7%, 한 달 전 대비 8.2% 늘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20개 구에서 지난달 20일 대비 전세 물건이 늘어났다. 서초구(36.9%)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종로구(36.6%), 은평구(24.8%), 강북구(20.2%), 관악구(19.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은 작년 7월 72.8%에서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 60%대로 하락했다가 이달 72.2%로 8개월 만에 70%대를 회복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도권 전역에서 확인된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 1만건 미만으로 크게 줄었던 서울 아파트의 전세 물량은 어느덧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셋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쌓이면서 세입자들이 서울 외곽으로 이동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면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선 전셋값이 최근 한풀 꺾이는 분위기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대표는 "3월은 원래 전세 시장의 전통적인 비수기"라며 "서울시장 선거가 코 앞이어서 부동산 정책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학 전에 와야하기 때문에 학군 보고 들어오는 건 2월이면 끝난다"면서 "당분간 전셋값은 여기서 더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연합뉴스에 "전셋값의 추세적인 약세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전셋값 불안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도 "새 임대차법에 따라 전세 계약은 최대 4년의 기간을 고려해 책정해야 하는 구조인데, 아직 충분히 경험치가 쌓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전세 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서는 변곡점이 아닌, 일시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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