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고위 인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가운데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게 3가지가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끈다.
글렌 벤허크 미군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신형 ICBM 시험발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들(북한)은 최대 3가지의 미사일로 우리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벤허크 사령관은 같은 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북한은 지난 2017년 전략무기의 파괴력을 높인 열핵장치뿐만 아니라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3종류의 ICBM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벤허크 사령관은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이들 북한의 ICBM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2017년 당시 연이어 발사한 '화성' 시리즈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2017년 4월29일과 5월14일, 8월29일, 9월16일 등 4차례에 걸쳐 북태평양 방향으로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
'화성-12형'은 러시아의 RD-250 로켓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백두엔진'을 처음 사용한 북한의 탄도미사일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를 '주체탄'이라고 명명했다.
'화성-12형'는 첫 시험 땐 1분 만에 추락했으나, 두 번째 시험부턴 모두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은 '화성-12형'의 두 번째 시험발사 때 관영매체를 통해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비행해 거리 787㎞ 공해상에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화성-12형' 시험에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사 각도를 높이는 고각발사 방식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각도로 쏘아 올릴 경우 사거리가 5000~70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도 '화성-12형' 시험 성공 뒤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 타격권 안에 들었다"고 주장했었다.
북한은 2017년 7월4일과 28일엔 '화성-14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 측 발표에 따르면 '화성-14형'은 첫 시험 땐 933㎞ 거리를 39분 간 비행하며 최고 2802㎞ 고도까지 올라갔고, 두 번째 시험 땐 998㎞ 거리를 47분12초 간 날면서 3724.9㎞ 고도까지 상승했다.
북한은 '화성-14형'의 사거리가 6400㎞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연료 탑재량 등에 따라 '화성-14형'의 사거리가 최대 1만㎞에 이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화성-12형'이 1단 추진체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화성-14형'은 최소 2단 추진체가 적용됐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세 번째 ICBM은 '화성-15형'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화성-15형'의 사거리는 8500~1만3000㎞로 추정된다.
특히 '화성-15형'엔 대기권 재진입 후 여러 개의 탄두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다탄두(MIRV) 기술이 적용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화성-15형'이후엔 '비핵화' 문제를 화두로 우리나라·미국·중국·러시아 등과 연이어 대화에서 나서면서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한 상황. 그러나 각국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후에도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신형무기 개발을 통해 미사일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그간 공개된 적이 없는 신형 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ㅅ'을 선보이기도 했다.
벤허크 사령관도 "우린 작년 열병식에서 (북한의) 또 다른 미사일을 봤다"며 이를 통해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이런 무기가 미국의 군사행동을 억제하고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는 데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가까운 장래에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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