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도 없었는데…美·中 '빈손 회담'에 자화자찬

입력 2021-03-21 17:43   수정 2021-03-23 02:17

미국과 중국이 지난 18~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첫 고위급 회담에서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미·중 갈등이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 초기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회담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홍콩, 신장, 티베트, 대만, 사이버 공간 등 미·중이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며 중국은 이에 방어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광범위한 이슈에서 단도직입적인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은 회담 후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며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왕이 외교부 장관은 미국을 겨냥해 국가 주권과 이익을 지키려는 중국의 의지를 과소 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양측 모두 회담 결과 ‘할 말은 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한 것이다. 미·중은 회담 첫날 취재진에게 공개한 모두발언에서부터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당초 2분씩 하기로 한 모두발언이 1시간 이상의 난타전으로 바뀌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후 비공개 회담에서도 양측의 전반적 분위기는 ‘강(强) 대 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고위급 회담이 진행 중이던 19일 백악관 취재진에게 “국무장관이 아주 자랑스럽다”며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회담 종료 후 20일 공동사설에서 “(중국 측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을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 역사적 과정의 이정표”라고 치켜세웠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힘을 내세우는) ‘늑대 전사 외교’를 처음으로 제대로 맛본 것 같다”고 평했다. 이번 회담에 비춰볼 때 미·중 갈등을 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자이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회담은 냉전 초기 미국과 옛 소련 회담 같은 반향이 있었다”며 “양측 모두 완전한 관계 파탄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바이든 행정부 기간 긴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임스 친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교수는 “미·중 간 악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면 양극화된 세계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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