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혹 공직자들이 속속 확인되면서 현 정부의 공직 감시시스템이 도대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에는 여러 기관에서 파견된 ‘정예’들이 포진한 적지 않은 규모의 민정수석실이 있다. 국무총리실에도 이전부터 노하우를 쌓아온 공직기강 부서가 있고, 감사원도 건재하다. 공직만 상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경찰과 국세청도 있다. 각 부처 등 행정기관마다 감사관실이 따로 있고, 공기업에는 감사의 책임과 지휘하에 감사실이 있다. 수십 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보완하고 구축해온 것으로, 한국 행정체계의 중요한 한 축이다.
이런 공직 감찰·사정 시스템은 기관·기능별로 독립된 활동을 하지만,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유기적 협의·공조시스템을 가동하는 게 오랜 관례였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어 추상같이 엄정해야 하는 공직의 최종 책임자가 된다. 하지만 난장판처럼 얽힌 이번 투기 스캔들을 보면 정부 유지를 위한 감찰·사정기능이 고장 나도 단단히 고장 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이상 조짐’이나 ‘비정상 경고’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정수석실의 주된 관심사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수사체계 재편인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었다. 법무부와 검찰 간 대립을 넘어 급기야 ‘민정수석 패싱’소동까지 벌어졌으니, ‘기본 업무’는 뒷전으로 밀렸을 것이다. 청와대는 법에 정해진 특별감찰관을 4년째 공석으로 남겨 직무유기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탈원전 정책 감사 때 여권의 벌떼 같은 공세에 비춰볼 때 감사원의 통상 업무에도 또 어떤 ‘외압’이 가해졌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풍토에서 공공기관에는 ‘낙하산 코드인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시민단체 폭로가 없었다면 망국적인 공직 투기 스캔들조차 유야무야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직기강 시스템 확립은 열심히 한다고 당장 효과가 나지 않을뿐더러, 누구에게도 유쾌한 업무는 못 된다. 하지만 이를 방기하고 나사 빠진 상태로 내버려 두면 정부가 썩고 국가가 무너진다. 게다가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라는 냉소에서 보듯, 사정과 법 집행에도 ‘내로남불’이 적지 않았다. 처벌 강화와 제도 보완도 필요하지만, 고장 난 공직사정 체계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대개 외침 이전에 내부 붕괴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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