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장중 15% 폭락해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간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해 터키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해 온 중앙은행 총재가 갑작스레 경질된 여파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장중 15%까지 올라 1달러당 8.48리라를 넘겼다.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 상승은 그만큼 리라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이날 리라화 가치는 지난 4개월간 쌓은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터키 정부가 관보에 아발 전 총재를 해임한 뒤 고금리 반대론자로 꼽히는 인물을 중앙은행 신임 총재에 앉힌다고 발표한 여파다. 터키 정부는 집권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샤합 카브즈오을루 전 의원을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4개월간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려 리라화 가치를 방어해왔다. 작년 11월7일 취임한 나지 아발 중앙은행 전 총재는 당시 10.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9일까지 19%로 끌어올렸다. 리라화 환율은 작년 11월 6일 사상 최저인 1달러당 8.58리라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중순엔 1달러당 6.9리라선까지 떨어졌다. 지난 19일엔 1달러당 7.214리라를 기록했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줄곧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낮춰 경제를 부양시키는게 우선이며, 고금리는 물가만 올릴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2019년 7월엔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무라트 체틴카야 전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했다.
신임 터키 중앙은행 총재인 카브치오글루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견해를 따르는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현지 언론에 "금리가 오르면 간접적으로 물가가 덩달아 오른다"면서 아발 전 총재의 정책을 비판했다.
시장 안팎에선 터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 이후 중앙은행장 세 명을 경질했다. 이에 따라 터키 통화시장에 대한 불신도 늘고 있다. 환율시장 전문가인 퍼 하마룬드는 "에르도간 대통령이 점점 더 독단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터키의 통화정책이 점점 더 임의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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