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뿌린 쿠폰만 해도 조단위 가치 거뜬”…요기요 앞 줄선 PEF들

입력 2021-03-22 09:20   수정 2021-03-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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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3월19일(04: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배달어플리케이션(배달앱) 2위 업체 요기요 매각이 티저레터 배포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새집(배달의민족)'에 가는 딜리버리히어로가 '헌집(요기요)'을 내놨다는 기존 평가와 달리 매각이 본격화 되자 대형 PEF를 중심으로 물밑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매 년 빠른 성장을 보이는 배달앱 시장 내에서 안정적 점유율(20%)을 보유한 2위 업체인 점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1위 업체가 언제든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이커머스 시장과 달리, 배달앱은 안착한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간 차별성을 보이기 어려운 측면에서 더욱 매력적이란 관전평도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초 딜리버리히어로는 복수의 잠재 후보에 요기요의 실적과 경영 현황을 담은 티저레터를 배포했다. 같은 시기 진행된 이베이코리아에 MBK파트너스를 제외한 PEF들이 관심을 두지 않은 점과 달리, 요기요를 두곤 국내외 대형 PEF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벌써부터 인수후 전략을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검토에 나섰다.

국내 배달앱 환경 특성상 독보적인 1위 업체가 탄생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요기요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보도 있다. 식당 등 기존 가맹점과 배달대행업체들을 한 플랫폼이 독점할 수 없는 환경인 데다, 소비자 사이에서 시장에 진입한 세 곳(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중 두 곳 이상 복수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관행이 굳어있다는 설명이다. 요기요를 배달의민족을 뛰어넘는 선두 사업자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현행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시장 확장에 수혜를 보겠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경우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쿠팡(물류) 등 일정 분야에 특화한 업체가 나머지 업체들의 점유율을 흡수할 수 있는 이커머스시장과 대비할 때 경쟁강도가 오히려 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티몬에 투자한 글로벌 PEF KKR가 쿠팡 등 경쟁사의 부상에 오랜기간 투자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온 점과 달리 배달앱 시장은 PEF가 인수해도 '해볼만 한 시장'이란 시각이다.

한 잠재 인수 후보는 "일단 소비자들의 핸드폰에 앱을 설치하도록 만드는 데 까지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지만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시장에 자리잡은 업체 모두 소비자 경험이 쌓여있고 편견없이 복수의 앱을 함께 쓰는 관행이 쌓여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에 안착한 2위 업체를 인수할 수 있는 다시오지 않을 기회"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로 매각 기한이 뚜렷히 정해진 점도 협상 구도 측면에서 인수자 측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DH측은 내년까지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1일당 5억~1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또 공정위가 '행태적 시정조치'를 내린만큼 기존 핵심 자산과 인력 등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도 원칙적으론 불가능하다.



DH가 내부적으로 쿠팡, 카카오, 네이버 등 잠재적인 경쟁사엔 매각하지 않겠다 방침을 세운 점도 협상 측면에선 유리한 배경으로 꼽힌다. 요기요 인수 이후 PEF가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플랫폼과 제휴하거나 재매각하는 방안까지 DH가 제한할 수 없는만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오히려 PEF가 유리한 국면일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와 PEF 등 재무적투자자(FI)를 가리지 않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금조달 측면에서 조단위 블라인드펀드(사용처를 정해놓지 않은 펀드)를 보유한 국내외 대형 PEF들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요기요가 보유한 유형 자산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전통 금융권의 인수금융 등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소수의 대형 PEF간 치열한 경쟁 구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신규 진입을 위한 쿠폰 발행 등 마케팅 비용만 고려해도 1조~2조원은 충분히 들일 수 있는 매물"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져 2조원 이상으로 몸값이 치솟으면 모르겠지만 적정 가격에선 PEF들에게 매력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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