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활약한 중국 측 통역사의 인기가 중국에서 치솟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면 회담이자,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자리여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장징 중국 외교부 선임통역사(사진)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 외교수장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통역을 담당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언론에게 공개되는 모두발언을 한 시간 이상 지속하며 설전을 벌였다. 양 정치국원은 16분이 넘는 공개 발언으로 미국 측을 몰아세웠다. 그는 미국 측이 제기한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티베트의 인권 문제와 사이버공격 등의 이슈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다른 국가에 자국 안보를 이유로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을 비판했으며 글로벌 무역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 역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회담장에 있던 한 참가자는 "양 정치국원의 긴 발언은 통역사에게 고역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측 대표인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통역사 월급 올려줘야겠다"고 해 긴장된 상황에서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장징 통역사는 양 정치국원의 2000여 단어가 넘는 발언을 영어로 옮겼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장 통역사는 2013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통역사로 일했다.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에서 태어나 중국외교대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2007년 중국 외교부에 채용됐다.
중국여성신문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장 통역사를 '중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모델로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그의 통역 모습을 담은 영상이 수천만건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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