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부조리 고발의 장으로 부각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실시간 모니터링과 가입 차단 등을 통해 부정적 여론 선제 차단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에 일부 앱 이용자들은 우회 가입을 하거나, 작성글을 삭제하고 탈퇴하는 방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서 직접 '댓글 관리'…수위 따라 징계 사례도"
23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한 대기업에 근무 중인 직장인 A씨는 "블라인드 앱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 회사에서 앱 가입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에서 가입을 막았다는 소문이 돌곤 했는데, 실제로 오늘 가입을 시도해보니 인증 메일이 수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블라인드 앱에 가입하려면 재직 중인 회사 이메일을 통해 인증을 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일부 기업에서는 메일 수신을 차단해 가입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최근 앱 내에서 인사 평가 제도 불만과 성과급 논란, 땅 투기 이슈와 방만 경영 등 기업 내부 불만을 담은 폭로글이 잇따르면서 사회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기업들이 부랴부랴 '관리'에 나선 것이다.
또 다른 직장인 B 씨는 "그간 앱을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인사팀과 홍보실에서 확실히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블라인드 글 작성으로 색출 당해 징계를 받은 직원도 있고, 자진 삭제한 직원도 있다"고 밝혔다. B 씨에 따르면 작성글 내용에 따라 일부 직원의 경우 감사팀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블라인드 앱 '댓글 관리'도 직접하기도 한다"며 "기사화 되면서 일이 커지는 경우 최고 해고에 이르는 경우도 봤다"고 덧붙였다.
일부 가입자들 '흔적 없는 탈퇴' 방법에 관심
기업들이 가입 차단 등 '관리'에 나서자 일부 이용자들은 우회 가입 또는 탈퇴 방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한 블라인드 앱 가입자는 "회사가 앱 가입을 차단해서 페이스북으로 인증해 가입했다"며 "회사가 가입을 막아 이런 방식으로 동료들도 대부분 앱을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회사에서 블라인드 메일 수신이 되지 않고, 페북 인증도 안돼 운영자에게 따로 메일을 보내 겨우 가입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인증을 사용하려면 해당 소셜네트워크(SNS) 계정 주소가 회사 이메일로 설정돼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운영사가 제공하는 별도의 '랜덤 이메일' 주소를 통해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아예 '흔적 없는 탈퇴' 방법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끔 소속팀이나 부서 관련 구체적 내용을 적어 작성자 특정이 가능한 경우 글을 삭제하고 탈퇴하기도 한다"며 "글을 삭제하지 못하고 탈퇴한 경우 새 아이디를 만들어 기존 작성글을 수차례 신고해 지우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앱 운영사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탈퇴해도 재가입이 가능하다. 탈퇴시 기존 작성글은 자동 삭제되지 않지만 작성자 특정이 불가능해 사실상 '색출'이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 앱 이용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안전한 탈퇴 방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땅 투기 논란'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역시 집단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팀블라인드 압수수색에 나선 만큼, 내부적으로 이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요청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계획"이라며 "다만 가입자의 개인정보는 아예 저장돼 있지 않아 전달할 개인정보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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