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잡아라" 압박에…전세 대출 부담만 커지는 서민들

입력 2021-03-23 16:01   수정 2021-03-23 16:30


주요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없애는 방식으로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 요구에 ‘대출문턱’을 불가피하게 높였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자는 주로 무주택자라는 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으려는 정책이 서민의 이자부담만 키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경기 회복으로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전세대출 금리가 더 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대 없애니 실질금리 더 뛰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대표 전세대출인 ‘우리전세론’의 오는 25일 실행분부터 우대금리를 기존 0.4%의 절반인 0.2%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소비자가 급여통장 개설과 자동이체 등의 각종 조건을 충족하면 깎아주던 금리 규모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1년물 등의 조달 비용을 기준으로 전세대출 금리를 책정한다. 이 은행의 전세대출 최저금리(자체 신용등급 3등급·만기 2년 일시상환 변동금리 기준)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연중 가장 낮은 수준에 있던 지난해 7월 말 연 2.06%에서 이날 기준 연 2.47%로 올랐다. 기존에 대출을 냈던 사람이 계약을 연장해도 내려간 우대 금리가 적용돼 실질 금리가 뛰게 된다.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낮춰 실질금리를 올린 건 우리은행만이 아니다. 농협은행은 지난 8일부터,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각각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관련 대출의 우대금리를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이 금리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에 대출 모집인들이 한꺼번에 번에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며 “최근 풍선효과로 전세대출 증가세가 너무 가팔라 속도조절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세값 상승에 이자부담도 커져
전날 금융감독원은 몇몇 은행의 가계대출 담당자를을 불러 최근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세대출 증가세가 너무 빠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총액은 109조9006억원으로, 2020년 3월(90조1941억원)과 비교하면 21% 불어났다. 최근의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1월말 106조1155억원과 비교하면 50여일만에 3조7851억원 불었다. 지난해 크게 오른 집값이 전세값을 밀어올렸고, 신규 계약자들의 개별 대출액이 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최근 우대금리 축소를 통한 전세대출 속도조절에 나서게된 이유다.

전세대출을 죄는 조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은행은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반면 금감원은 ‘모니터링 강화’일 뿐, 은행에 직접 금리를 조절하라고 명령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세대출 규모가 늘면 집값을 밀어올리므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세값이 뛴 상황에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키운다는 의견이 부딪힌다.

전세대출 금리가 더 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물가상승 압력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 지표로 삼는 은행채 1년물 기준 금리는 이날 0.89%로 지난달 말(0.84%)에 비해 0.05%포인트 올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시장)금리 상승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위험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된 차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대훈/오현아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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