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죄자…전세대출 금리도 '들썩'

입력 2021-03-23 17:20   수정 2021-03-31 18:19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 요구에 ‘대출 문턱’을 불가피하게 높였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세자금 대출 이용자 가운데 무주택자가 많다는 점에서 서민의 이자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전세대출 금리가 더 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대 없애니 실질 금리 더 뛰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대표 전세대출인 ‘우리전세론’의 25일 실행분부터 우대금리를 기존 0.4%포인트의 절반인 0.2%포인트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소비자가 급여통장 개설과 자동이체 등의 각종 조건을 충족하면 깎아주던 금리 규모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1년물 등의 조달 비용을 기준으로 전세대출 금리를 책정한다. 이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자체 신용등급 3등급·만기 2년 일시상환 변동금리 기준)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연중 가장 낮은 수준에 있던 지난해 7월 말 최저 연 2.06%에서 이날 기준 연 2.47%로 올랐다. 기존에 대출받은 사람이 계약을 연장해도 우대금리 혜택이 사라져 실질 금리가 뛰게 된다.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낮춘 곳은 우리은행만이 아니다. 농협은행은 지난 8일부터, 신한은행은 5일부터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의 우대금리를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낮췄다. 한 은행의 금리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에 전세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최근 신한·농협은행의 대출 금리가 오르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았던 우리은행으로 수요가 집중됐고 우리은행도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셋값 상승에 이자 부담도 커져
전날 금융감독원은 몇몇 은행의 가계대출 담당자를 불러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점검했다. 최근 전세대출 증가세가 너무 빠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19일 전세자금 대출 총액은 109조9006억원으로 지난 1월 말에 비해 3조7851억원 늘었다. 최근 1년 동안 20조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크게 오른 집값이 전셋값을 밀어올렸고, 신규 계약자들의 개별 대출액이 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최근 우대금리 축소를 통한 전세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게 된 이유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과 함께 가계대출 총량에 포함시켜 관리하고 있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은 보증부대출 성격이 강해 신용대출 등에 비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할 때 전세대출을 일률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금감원은 ‘모니터링 강화’일 뿐 은행에 직접 금리를 조절하라고 명령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세대출 규모가 커지면 집값을 밀어올리므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셋값이 뛴 상황에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키운다는 의견이 부딪친다.

전세대출 금리가 더 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물가상승 압력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 지표로 삼는 은행채 1년물 기준 금리는 이날 연 0.89%로 지난달 말(연 0.84%)에 비해 0.05%포인트 올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시장)금리 상승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위험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된 차주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대훈/오현아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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