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기 은행채 금리가 상승세여서 이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신용대출 금리는 오를 여건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은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작년 12월 0.9%에서 2월 0.83%로 되레 하락했다. 그냥 놔뒀다면 대출금리가 오르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금융당국이 개입하고 은행이 맞장구치면서 차주(借主)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당국은 은행 대출담당자들을 수시로 불러 총량을 관리하는 등 관치(官治)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안 할 수 없고, 금리 인상은 압박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정부가 25번 헛발 대책으로 집값 급등과 ‘영끌 대출’을 자초한 마당에 뻔뻔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고, 은행 목줄을 쥐었으면서 “흐름만 봤을 뿐”이란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금융당국 핑계를 대며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은행들도 “고객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다 코로나까지 겹쳐 은행들은 가계대출 외에 딱히 수익을 낼 만한 분야를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 결과 대출금리는 ‘덜컥’ 인상하면서 예금금리는 ‘찔끔’ 올려 예대마진이 작년 10월 1.78%포인트에서 올 1월 1.85%포인트로 커졌다. 당국이 압박을 하면 기회는 이때다 하고 대출금리부터 올리는 은행들은 ‘테크핀 혁명’ 시대에 여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 예대마진 장사에 몰두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국내에서도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총이자부담이 11조8000억원씩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14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값 잡기에 혈안이 돼 서민·중산층 대출이자 부담은 안중에도 없고, 은행은 수익 올리기에 급급해 관치에 철저히 순응하는 판이다. 이게 정부와 은행의 ‘묵시적 담합’이 아니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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