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정원 미달 속출하는데…나주에 한전공대 들어서나

입력 2021-03-23 17:29   수정 2021-03-24 02:23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설립 법안이 이달 국회 통과를 앞두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적자기업 한국전력공사의 ‘출혈 지원’과 지방대 난립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전공대는 ‘패스트트랙’으로 문 대통령 임기 내인 내년 3월 개교할 전망이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전공대특별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이 지난 16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지 8일 만이다.

이 법안은 전남 나주에 학생 정원 1000명 규모로 에너지 특성화대학인 한전공대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전공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된 뒤 약 5년 만인 내년 3월 개교하게 된다. 통상 대학 설립에 10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기간 소요다. 고등교육법상 대학 설립에 필요한 시설·설비 등 요건을 면제받는 내용이 법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한전공대는 한전이 6210억원으로 추산되는 설립 비용과 연간 운영비(641억원 추산)의 상당액을 부담하기로 돼 있어 추진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한전은 누적 부채가 132조여원에 달한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1조원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 22일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올해는 흑자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준조세’인 전력산업기반기금까지 끌어다 쓰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이 기금을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전기요금에서 3.7%씩을 떼어내 마련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소비자 복리 증진과 관계가 먼 사업에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회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차라리 기금을 전기요금 인하하는 데 쓰라”고 촉구했다.

‘지방대 난립’ 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미 KAIST 포스텍 GIST(광주과학기술원) 등 전국에 이공계 특성화 대학 다섯 곳이 있는 데다 지방대의 정원 미달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에는 (전국적으로) 대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12만 명 이상 부족해지는데 이렇게 특혜 대학을 만드느냐”고 따져 물었다. 교육부 한전공대 설립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도 지난 15일 회의에서 한전공대가 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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