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너드 이사는 23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팬데믹 직후였던 작년 3월과 4월엔 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 그 기저 효과 때문에 올해 4~5월 중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올 1월 1.5%(전년 동기 대비)에 그쳤던 근원 인플레이션이 두 달간 2%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Fed가 정책 결정의 기초 자료로 삼는 핵심 지표다. Fed는 지난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이 2.2%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레이너드는 “경기가 빠르게 재개되는 가운데 과도기적 공급 병목 및 수요 급증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미 인플레이션이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다가 연말에 다시 2%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억눌린 수요가 방출되면 과거 수십년간 보지 못했던 강력한 성장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억눌린 수요가 얼마나 한꺼번에 나올 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브레이너드는 “고용 시장이 올해 1~2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인종과 산업, 임금 수준에 따른 K자형 회복 양상을 띠는 게 문제”라며 “서비스 업종에 집중된 저임금 일자리의 더딘 회복 속도 역시 고르지 못한 회복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12월 듀크의 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절반가량이 노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며 고용 회복 및 임금 인상 추세가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브레이너드는 “경기 전망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집행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경기 회복세가 강할 것으로 예측되더라도 실제 지표를 확인할 때까지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브레이너드는 이날 별도로 열린 세레스(Ceres) 콘퍼런스에선 “앞으로 기후 변화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변화는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누적적 또 연쇄적 충격을 가할 수 있다”며 “금융 시스템에도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기후 변화가 금융 시스템에 끼칠 영향을 평가하고 대처하기 위한 기구를 Fed 안에 설립할 것이란 게 브레이너드의 설명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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