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이 좁혀지면서, 부동산에 관련된 선거공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시된 공약들의 상당부분은 작년의 8.·4대책을 기점으로 공급확대로 돌아선 정부정책과 방향을 같이 합니다. 어떻게든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얘깁니다.
이들 공약간에는 중첩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략적으로는 3가지로 짚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재개발과 재건축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여당과 야당에 따라 정도와 강약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후보별 과거성향 등에 따라 당선 이후 얼마나 적극적일지, 공공과 민간공급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가 달라지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유사합니다.
특히나 이번 보궐선거의 임기는 1년 남짓이기에 재개발과 재건축이 경시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서울 재건축의 상징이 된 주요 단지 등의 사업추진실적이 금새 다가올 4년 임기의 시장선거를 위한 가시적인 성과로 준비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지역개발과 관련된 사안들입니다. 경제축이나 거점 등을 설정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특색있는 건축물의 짓는다거나 국공유지 및 사유지를 임대형식으로 하는 주택유형 등도 넓은 의미에서 포함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런 사안들은 대부분 종전에 없거나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기에, 도입되더라도 즉각적인 전면 적용은 어렵습니다. 때문에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롭고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간주한다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적절한 피드백과 보완만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시도와 시행착오의 과정이 가진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은 주요 도로와 기존 지하철의 지상구간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주택을 짓는 방안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기대보다도 우려가 앞섭니다. 재원조달이나 사업성, 조망권 침해 등에 대한 지적은 부차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지하화’의 궁극적인 목적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 공사가 완료됐거나 진행중인 동부간선도로나 서부간선도로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하화’의 목적은 상습정체구간의 교통량 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최근에 개통한 서울제물포터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주요 도로를 수평으로 확장하기가 어려우니 대안으로 (수직방향의 확장인) 지하화를 선택한 사례입니다. 이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도로지하화를 통한 주택공급은 오히려 해당 지역의 교통난을 심화하고 정주여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교통처리량도 늘리면서 지상구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사비가 더 들더라도 지하구간을 2중3중으로 중첩해서 파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그 반대급부로 이용가능한 지상면적에 짓는 주택이 서울의 부동산문제해결에 일조할만큼의 유의미한 공급물량이 될지는 단시일에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지하철에서도 동일합니다. 더구나 서울에는 여전히 중심지로의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이 있기에, 지상구간을 지하화하는 재원으로 추가노선을 검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처럼 평가하더라도 지금은 선거라는 특수성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앞서의 공약들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발전시키려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도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공약들이 실행단계에서는 안팎의 여러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현실에 더욱 적합한 방향으로 수정되고 발전되었으면 합니다. 사회적 여건변화 등에 맞춘 유연한 대처도 기대하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