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전환에 열을 올리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인력이 더 늘었다. 노동조합은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고 있다.
○폭스바겐, 5000명 감축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은 전기차 투자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최대 5000명의 직원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폭스바겐은 올해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2025년까지 테슬라를 제치고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포드는 지난 1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브라질 공장 세 곳을 모두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포드의 브라질 공장은 100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만큼 공장 폐쇄 소식은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포드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 실적이 부진했던데다 2025년까지 전기차에 220억달러, 자율주행차에 70억달러를 각각 투자하기로 하면서 비용 감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력 줄이는 글로벌 완성차업계
구조조정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다임러는 2만명의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BMW와 GM도 각각 1만6000명, 1만4000명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판매량이 감소한데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 가량 적게 들어가는 만큼 불필요한 생산 인력을 감축해 미래차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 태국에서 공장을 매각하거나 브랜드를 철수한 GM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모빌리티의 향후 성장을 이끌 분야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270억달러를 투자하고, 2025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전 세계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비용 감축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대차 인력은 오히려 늘어나
국내 완성차 업체는 정반대다. 지난해 인력이 오히려 늘었다. 현대자동차 직원 수는 2019년 말 7만32명에서 지난해 말 7만1504명으로 증가했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도 직원을 지켰다는 측면에선 칭찬할 일이다. 고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현 정부에선 더 그렇다. 미래 모빌리티 부문 인력을 늘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직원 수가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조합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고용안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쉽게 말해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게 하는 위원회다.
현대차는 대신 정년 퇴직자만 바라보고 있다. 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 공장 직원은 정년 퇴직자 증가로 2019년 대비 2024년까지 16.7% 감소할 전망이다.
○정년 연장해 달라고?
노조도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난 3일엔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계해 정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65세 정년을 법제화해 달라는 것이다.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노조원들의 요구가 억지만은 아니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진 노조원 배만 불리는 식이어선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더 많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의 남성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는 19.1년이다. 평균 연봉은 8900만원 수준이다. 과도한 연공적 임금제 덕분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는 신규 채용 감소와 세대 간 일자리 경쟁으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변화 거부하면 경쟁에 밀릴 것
갈등은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선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 테스트카의 생산라인 투입 여부를 놓고 노사가 몸으로 맞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 현대차 노사는 밤샘 회의 끝에 10일 새벽 아이오닉 5에 대한 맨아워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예상보다 한 달가량 늦어졌다. 인력 축소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판매 단계에서도 기득권층의 저항을 받고 있다. 기아가 오는 7월 EV6 출시를 앞두고 온라인 예약을 도입하려 하자 영업직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아 노조는 지난 17일 “온라인 예약은 온라인 판매로 확대돼 영업직에 심각한 고용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원 입장에선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그러나 변화를 거부하면 치열한 글로벌 미래차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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