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만기가 돌아온 18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다시 3개월짜리 CP를 발행해 돌려막았다. 2018년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인수 후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이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KCC는 지난 22일 액면 100억원짜리 3개월 만기 CP 18매를 발행했다. 작년 12월 발행한 같은 규모의 3개월 만기 어음을 차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는 지난 5일에도 500억원의 CP를 발행하는 등 올들어 어음으로만 1조19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달에는 만기가 이례적으로 긴 3년짜리 CP 4000억원을 발행해 회사채 3000억원을 상환하고 은행 대출금 등을 갚기도 했다. 이 밖에 조달한 자금으로 만기 CP 4700억원과 단기사채 1500억원을 상환하는 외에도 운영자금 등에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가 긴 회사채 대신 단기 조달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면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증기 폭락사태 등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에 몰릴 위험이 높아진다.
회사채 발행은 지연되고 있다. 당초 이달말 실시하려던 최대 2000억원 회사채 공모는 다음달로 일정이 미뤄졌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다음달 초에는 다른 기업들의 회사채 공모가 몰려있어 정확한 공모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거 미달이 난 것도 채권 발행을 망설이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KCC는 작년 6월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섰으나 기관 청약금이 900억원 그쳤다. 최근에도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 기관들의 채권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다만 KCC가 현재 단기자금 위주 조달을 지속하는 것은 금리 등 여러가지 면에서 CP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KCC는 지난해 모멘티브가 연결기업으로 편입되면서 부채가 7조1015억원으로 전년말 4조9289억원에서 크게 늘었지만 자산도 증가해 부채비율 135%에, 차입금 의존도 35.3%를 기록하는 등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공시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등 실적도 흑자전환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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