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전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무선청소기 시장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무선청소기 신제품 '비스포크 제트'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선보인 먼지 자동 배출 시스템인 '청정스테이션'과 충전 거치대를 일체화하고, 비스포크 가전의 인기 색상을 입힌 게 특징이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전날 비스포크 제트를 소개하며 "(비스포크 제트는) 물걸레 청소 시에는 먼지 흡입 없이 물걸레 브러시의 회전 기능만 단독으로 수행함으로써 물기를 머금은 먼지가 청소기 내부로 유입돼 곰팡이가 생길 걱정을 덜었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문구는) 경쟁사 제품을 저격하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소비자의 의견(VoC)를 반영해 만든 비스포크 제트의 위생 관리 기능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스포크 제트는 물걸레 단독 청소와 함께 물걸레 브러시용 물통을 분리해 소비자가 직접 세척할 수 있게 했고, 물걸레포와 청정스테이션 내부의 먼지 봉투에 항균 소재를 적용해 각종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등 제품 위생 관리에 신경 쓴 제품이란 설명이다.
다만 물걸레와 먼지 흡입을 동시에 진행했을 때 제품 위생 관리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삼성전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LG전자의 물걸레 전용 흡입구인 '파워드라이브 물걸레'에 대한 '저격'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시중에 나와있는 물걸레와 먼지 흡입을 동시에 하는 제품은 LG전자 제품이 유일해서다.
실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LG전자 무선청소기 'LG 코드제로' 제품의 사용 후기를 보면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주장하는 반응과 그렇지 않다는 글들이 여럿 게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LG전자의 파워드라이브 물걸레는 청소기 한 대로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가 동시에 가능케 하는 흡입구를 채택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11월 이후 파워드라이브 물걸레를 LG 코드제로의 대표 기능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맨발로 다니는 한국형 바닥 문화에 최적화된 기능이란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과거 삼성이 A9가 성공하자 뒤따라 출시한 파워건의 실패 후 제트를 다시 내놓을 때 비슷한 허위비방을 한적이 있다"며 "심지어 현재 A9S 물걸레 흡입구는 진공흡입을 필요에 따라 온오프할 수 있는데, 잘못된 비방을 재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달 말에도 파워드라이브 물걸레를 연결할 수 있는 '코드제로 A9S 씽큐'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LG전자의 물걸레 청소 방식을 지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출시된 삼성 제트에 '물걸레 브러시'로 물걸레 기능을 처음 추가한 삼성전자는 그해 유튜브,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흡입과 물걸레를 같이 하는 청소 방식은 곰팡이와 세균 번식이 우려된다고 광고했다.
당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광고를 두고 '명백한 허위 광고'라는 입장을 밝혔고, 삼성전자는 이후 출시되는 무선청소기 제품에도 동일하게 물걸레 단독 청소 기능을 넣으면서도 이와 관련된 언급을 자제해 왔다.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은 영국 다이슨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삼성전자와 LG전자 '투톱'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LG전자가 40~50%, 삼성전자가 30~40%, 다이슨 10%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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