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이 관련 사실을 공개한 이날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사흘이 지난 후다. 그것도 이날 새벽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가 나온 후 사실 여부 확인 차원에서 군의 설명이 뒤따랐다. 군 관계자는 “군은 정보탐지 자산 노출 가능성 등으로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4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당시에는 관련 사실을 당일 곧바로 공개한 바 있다.
한·미 군사당국이 상호 조율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보당국이 한 보고에 따르면 한·미는 (미사일 발사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발표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한 것”이라고 썼다. 외교가 일각에선 이 같은 한·미 간 합의에 대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의도적인 무시 전략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북한 정권이)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북한을 직접 비판했다.
북한이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18~19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 이뤄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양국의 고위급 대화였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한 채 결렬됐다. 그에 앞서 15~1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한·일 방문에서도 중국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이 북한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한·미 2+2회담과 미·중 알래스카 회담까지 지켜본 결과 이 정도면 미사일을 발사해도 중국이 뒷배를 봐주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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