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대형株 중심 수급 개선될 듯

입력 2021-03-24 17:39   수정 2021-03-25 00:58

연초 유례없는 유동성 장세의 발목을 잡은 건 국민연금이었다. 사상 처음 주가지수 3000시대가 열렸지만 국민연금은 매일 차익실현에 치중하면서 시장을 짓눌렀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한 주식은 15조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의 목표 비중을 조정하기로 하면서 더 이상은 기계적으로 매물을 쏟아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감안할 때 매수세로 전환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연기금은 24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전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15조53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 전체 순매도 금액(30조1036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기금이 내놓은 물량이었다. 외국인 순매도액(9조1713억원)보다도 많았다.

국민연금이 당초 정해진 중기 자산배분계획에 따라 올해 국내 주식 비중을 지난해 17.3%에서 올해 16.8%로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은 21.2%였다. 연말 코스피지수가 급등한 영향이다. 올 들어 코스피 3000선에서 국민연금은 줄곧 매도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26일 국내 주식 보유 비중과 관련된 자산조정을 마무리하면 연기금발(發) 폭탄 매물은 사그라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늘어나더라도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5조원어치 주식을 정리했어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목표 범주의 상단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21%를 넘어섰던 지난해 말 코스피지수는 2873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활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자금 운용을 맡는 운용사들로서는 운용의 폭이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기계적 매도에 나서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특정 업종은 팔고 특정 업종은 사는 매매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이 그동안의 기계적 매도세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이 기계적으로 순매도했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비중 축소를 위해 시총 상위주를 중심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4조9789억원어치 팔았다. LG화학(-1조878억원) SK하이닉스(-9007억원) 현대차(-7820억원) SK이노베이션(-7372억원) 등에도 순매도가 집중됐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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