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원 18명 중 9명, 개발호재 지역 땅 사들였다

입력 2021-03-25 00:04   수정 2021-03-25 10:14

‘투기 복마전’ 고발이 잇따랐던 세종시의 시의회 의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 의혹이 집중된 세종 스마트산업단지 인접 지역이나 고속도로 인근 부지, 조치원 서북부도시개발사업 부지 주변이 많았다. 작년에 토지를 추가 매입한 의원들도 있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세종시의회 의원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이 세종시 일대에 토지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땅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식 시의원은 필지 기준 가장 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와 함께 연서면 쌍류리와 조치원읍 봉산리 일대에 11개 필지, 총 1만2800㎡가량의 토지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봉산리 땅은 자신이 지역구의원으로 당선된 2014년 이후부터 배우자 명의로 네 건을 사들였다. 작년 1월에는 배우자 명의로 조치원읍 서창리 임야 107㎡를 추가 매입했다. 문제는 주변 지역에서 서북부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김 의원의 배우자가 매입한 땅은 사업 부지와 불과 300여m 떨어진 곳이다. 김 의원이 도시개발 업무를 소관하는 산업건설위원회 소속일 때 거래가 진행됐다. 매매대금 5억5000여만원 가운데 5억2000여만원을 대출로 충당했다.

가장 많은 토지를 보유한 사람은 차성호 시의원이다. 차 의원은 연서면 와촌리 국가 스마트산단 인근 야산에 임야 2만610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논 등 세종시에 3100㎡가량의 땅이 더 있다. 이에 대해 차 의원은 “대부분 의원이 되기 전 매입한 토지인 데다 산단 인근 임야는 맹지”라며 “집을 지으려고 샀던 땅도 집을 짓지 못해 농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채평석 시의원은 부강면 금호리와 부강리 주변에 6700㎡ 정도의 논밭을 갖고 있다. 부강리 땅은 부강역~북대전나들목(IC) 연결도로 건설 예정지와 가까운 곳이다. 채 의원은 “농사를 위해 9년 전 매입한 땅”이라며 “투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경기 용인시에선 전·현직 공무원이 반도체클러스터와 맞닿은 개발 예정지 인근 토지를 가족회사 명의로 샀다가 적발됐다. 경기도는 지난 23일 이 공무원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5선인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윤주현 원장도 반도체클러스터 인근 용인시 처인구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 토지의 취득 시점은 30~40년 전으로, 반도체클러스터 개발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전형진/최진석/양길성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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