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낙마하면서 열리는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 두 사람을 감싸는 듯한 움직임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25일 "오거돈 전 시장의 변호인이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선대위원장직을 맡은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재성 변호사가 (김영춘 캠프) 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 김영춘 후보는 부산 시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거돈 전 시장의) 재판을 연기시킨 정재성 변호사가 김영춘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선거가 오거돈 시장 성범죄로 열리는 것을 잊었나"라면서 "오거돈 변호인을 선대위원장으로 맡기는 후안무치에 경악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런 인물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건 권력에 의한 3차 가해다. 이것이 김 후보가 말한 피해자 중심주의인가"라고 따져물은 뒤 "오로지 선거 유불리를 따지는 민주당식 가해자 중심주의"라고 맹비판했다.
여권에선 앞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박원순 전 시장을 감싸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책 '비극의 탄생' 한 대목을 공유하며 "박원순 시장의 비극적 운명이 슬프고, 성희롱 피해자의 처지 역시 슬프다"고 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차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3일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라고 썼다. 이튿날(24일)에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시정을 높게 평가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솦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좋아요' 혹은 '슬퍼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임종석 전 실장이 용산공원 의자에 '박원순'이라는 이름 석 자를 새기고 싶다고 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치가 떨리는 언행이요, 만행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더불어민주당은 2차 가해가 선거전략이냐"면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어떤 이유로 치러지는지 모르지 않을 터인데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이라고 반발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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