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은 요즘 TV 시장을 지배하는 트렌드다. 그런데 예외도 있다. 48인치 OLED TV가 그렇다. 게임용, 세컨드 TV 인기에 따른 수요 확대로 48인치 OLED TV가 55인치보다 비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8인치 비중 5%에서 16%로 늘어
2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48인치 OLED 패널 출하량 전망치는 130만 대에 달한다. 지난해 출하량(21만5000대)보다 약 6배(504.7%) 많다. 옴디아는 전체 OLED 패널에서 48인치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8%에서 올해 16.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48인치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독점 생산한다. 유리 원판에서 77인치 패널 두 장을 찍고 남는 부분을 버리기 아까워 48인치 패널 생산을 시작했다. 대형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는 터라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인기는 코로나19 영향이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늘면서 ‘홈 이코노미’가 확산됐다.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증가한 것이 ‘게임용 TV’ ‘세컨드 TV’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런 변화를 간파한 LG전자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48인치 OLED 패널로 TV를 내놨다. 소니, 도시바, 샤프, 필립스도 뒤이어 판매에 뛰어들었다.
파나소닉도 “48인치 TV 만들겠다”
48인치 OLED TV 인기가 치솟으면서 비슷한 성능의 55인치 OLED TV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8인치 OLED TV의 평균 판매 가격(ASP)은 1626달러로 55인치 ASP(1606달러)보다 높았다. 작년 말부터 올초까지 이어진 쇼핑 시즌엔 큰 폭의 할인에 들어간 55인치와 달리 48인치 제품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가전업체 관계자는 “북미 최대 가전 양판점인 베스트바이에서 이달 초 48인치가 55인치보다 약 100달러 비싸게 책정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며 “지금도 LG전자 48인치 OLED TV와 같은 스펙의 55인치 OLED TV는 모두 1499.99달러에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48인치 OLED TV 인기가 지속되자 새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의 TV 명가 파나소닉과 세계 4위 TV 업체 중국 하이센스는 LG디스플레이에 “48인치 OLED 패널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48인치 OLED TV 제조사가 올해 10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50인치로 맞불
LG디스플레이는 몰려드는 주문에 바빠졌다. 생산량 확대를 위해 이달부터 중국 광저우 공장뿐 아니라 경기 파주 공장에서도 48인치 패널을 생산한다. 파주 공장에선 유리원판 한 장을 전부 48인치 패널로 찍어낼 계획이다. 광저우 공장에선 유리원판 한 장에 48인치 두 장이 나오지만 파주에선 여덟 장이 나온다.
게임용·세컨드 TV의 인기 상승에 OLED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삼성전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올해의 주력 제품인 미니 LED TV ‘네오 QLED’ 라인업에 50인치 제품을 넣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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