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옥외 주류 광고 전면 금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주류 광고 규제 대상에 당초 옥외 대형 멀티미디어 광고뿐 아니라 전국 모든 일반 음식점과 유흥주점 간판까지 포함시키기로 하자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간판을 고치거나 떼어 다시 걸어야 한단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규제를 강행하려면 간판값을 정부가 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주류 광고 금지 대상을 신설, 확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 조정됐던 때다. 공포 후 6개월 뒤인 6월 30일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지난달 22일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업계 공청회 과정에서 구체적 내용이 나왔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문제삼는 부분은 규제 시점이다. 서울시 상권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외식업체 평균 매출은 연 1억9133만원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후에는 1억5944만원으로 16.7% 줄었다. 분기별로는 더 심각하다. 2020년 1~2분기의 분기별 매출은 4000만원 초반대를 유지했지만 수도권 영업시간 제한이 강화된 3분기와 4분기에는 분기 매출이 각각 3969만원, 3691만원으로 줄었다. 서울 시내 외식업체의 분기 평균 매출이 4000만원 이하로 내려간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규제가 입법 취지와 달리 시대착오적이고 실효성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건강 증진과 청소년 보호가 목표라면 넷플릭스, 유튜브 등 코로나19로 노출 시간이 더 많아진 미디어 먼저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 유튜버나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주류 회사들이 광고하는 것을 기준으로 인터넷 블로거 등을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자주 방문하는 편의점이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도 문제로 꼽힌다. 오픈서베이의 ‘편의점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10대의 편의점 이용 횟수는 주당 4.1회, 20대와 30대는 2.9회로 10~30대 이용률이 압도적이다. 약 5만 개에 달하는 편의점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여름 성수기에 전국 관광지에서 열리는 수제맥주 페스티벌과 각종 문화 행사들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옥외 광고를 금지하면서 기업들이 후원하는 모든 행사에 주류 관련 광고물을 부착할 수 없게 됐다.
이윤신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주류 회사들이 지방자치단체를 후원하더라도 주류 제품 브랜드를 노출할 수 없는 규정은 유효하다”며 “입법예고 기간이어서 업계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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