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에 우려를 나타낸 외국 기업들에 ‘사드식 보복’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민의 자발적 행동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과 영국을 잇따라 제재하면서 불매운동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H&M과 나이키 등 위구르 소수민족을 강제노동에 투입해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업들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아디다스, 버버리, 캘빈클라인, 자라, 유니클로, 뉴발란스, 컨버스 등 과거 비슷한 성명을 낸 기업들을 찾아내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고 있다. 자라 브랜드를 보유한 스페인의 인디텍스는 신장 관련 성명을 홈페이지에서 내리기도 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에서 버버리와 협업해 선보인 의상(스킨)을 제거했다. 또 텐센트가 운영하는 e스포츠 리그 ‘레전드 프로리그’도 홈페이지에서 나이키의 로고 및 상품을 내리고 나이키와의 파트너십을 중단했다. 중국 프로축구팀 상하이 선화는 전날 나이키 로고가 없는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선수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등은 허위정보를 듣고 중국에 제재를 가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중국이) 사전에 일러주지 않았다고 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也)”고 말했다. 중국 외교 용어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문구로 1962년 중국이 인도와 국경 문제로 전쟁을 벌이기 전 사용한 표현이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불매운동에 대해 “개별 기업이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신장 면화 사용을 중단하는 상업적 결정을 내린 것에 중국 소비자들이 이미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EU, 영국 등이 최근 신장 지역에서의 인권 탄압에 대해 중국 관리와 단체를 동시다발적으로 제재한 데 대해 중국이 보복성 조치를 한 게 불매운동의 시발점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영국 기관 네 곳과 개인 9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지난 22일에는 EU 측 인사 10명과 단체 네 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은 “주권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악의적으로 거짓말과 가짜정보를 퍼뜨렸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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