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매출 기준) 인텔의 팻 겔싱어 대표(CEO)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래 사업 전략인 'IDM(종합반도체기업) 2.0'을 발표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고객사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것) 사업 진출 선언이 주목을 받았다. 인텔은 올해 200억달러(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주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기로 했다.
이날 겔싱어대표(CEO)는 “반도체 생산의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본국 생산시설을 확충할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전략무기’로 불리는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텔을 앞세워 미국 정부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자국 반도체 제조업 육성 정책과 이에 따른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에 '득보단 실이 많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지금까지 주력제품인 CPU(중앙처리장치) 등 핵심 칩 대부분을 '자체생산'했다. 하지만 "공정기술 수준이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보다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해 하반기 "일부 물량을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겔싱어는 이날 △자사 반도체 생산 △고객사 제품을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TSMC 같은 외부 파운드리에 일부 자사 제품을 맡기는 전략을 공개했다. 잘하는 것은 자체적으로 해결하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외부 업체에 맡겨 제품 성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겔싱어는 'co-op-petition'(협력과 경쟁의 합성어)이라고 불렀다. 그는 "인텔은 고객으로서 그들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갖겠지만 어떤 경우엔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프레젠테이션 이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TSMC에 우리 제품의 일부를 맡길 계획"이라고 밝히기도했다.(we're going to use Samsung and TSMC for some of our products.) 하지만 이때는 어떤 제품을 맡길 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 TSMC와 인텔의 밀월, 본격화되는 미국의 반도체 패권 확보 시도까지 '3중 악재'가 삼성전자를 덮치고 있는 모습이다. 대다수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기로에 서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냐"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심상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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