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테슬라 주식을 2억원 어치 매수한 K씨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자산이 두 배 이상 불어났다. K씨는 미국 증시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매도하고 싶지만 해외 주식에 부과되는 양도세 때문에 걱정이다. 세금 부담을 줄여 양도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상속증여 오늘부터 1일'의 저자 이은하 미래에셋증권 세무사(사진)는 배우자에게 증여한 뒤 매도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배우자에게 주식을 비싸게 넘긴 다음 배우자가 주식을 팔면 최득가액이 높아져 양도세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주식 이외에도 토지, 아파트 등 부동산을 포함한 증여재산이 6억원 이내일 때 가능하다.
이 세무사는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10년 간 6억원이 공제돼 6억원 이내 금액이라면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를 이용해 증여한 다음 주식을 매도하면 양도세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해외주식 투자에 따른 양도세는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 등을 차감한 양도차익에서 1인당 1년에 250만원의 기본공제를 차감한 후 그 금액에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곱해 계산한다.
K씨의 경우 2억원에 산 미국 주식을 4억원에 판다면 양도차익 2억원에 대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하고 22%의 세율을 곱한 4345만원을 양도세로 내야한다. 그러나 K씨가 현재 4억원의 가치가 있는 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한다면 공제 범위인 6억원보다 작아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배우자가 주식을 팔 때 취득가액은 증여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으로 계산한다. 증여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액이 4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양도세가 없다. 4억원에 증여받은 주식을 4억원에 팔았으니 이득을 본 것이 없어서다. 이 경우 양도차익 2억원을 고스란히 손에 쥘 수 있다. 만약 증여받은 뒤 주가가 더 올라서 4억2000만원이 된다면 양도차익 2000만원에 대한 양도세 385만원만 내면 된다.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것만으로 4000만원 이상의 양도세를 줄인 것이다.
이 세무사는 "배우자가 주식을 증여받은 뒤 바로 팔아도 취득가액은 증여받은 가액으로 계산한다"며 "부동산은 증여받고 5년 이내 팔면 취득가액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증여를 해준 사람의 취득가액으로 양도세를 계산하지만 주식은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배우자 증여를 통한 절세도 까다로워진다. 세법 개정으로 주식도 이월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재 취득가액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되는 대상은 토지, 건물과 같은 부동산과 시설물 이용권, 분양권, 조합입주권 뿐이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한테 이월과세가 적용되는 재산을 증여받고 5년 이내 팔면 당초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양도세를 계산한다.
2023년부터는 배우자에게 증여받은 주식에 대해서도 이월과세가 적용된다. 단 부동산처럼 5년이 아니라 증여받은 뒤 1년 이내 양도할 때 적용된다.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에서는 불리하다.
예를 들어 K씨가 2억원에 취득한 주식을 배우자가 4억원에 증여받았고 1년 뒤 주식을 매도한다고 치자. 1년 뒤 주가가 하락해 주식 가치가 3억원이 됐다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실현 수익은 K씨가 1년 전 바로 매도했을 때와 비교해 약 6000만원 줄어들게 된다. K씨가 증여하지 않고 바로 매도했다면 2억원의 양도차익에서 양도세 약 4400만원을 내고 1억5600만원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지만 증여한 뒤 매도했다면 수익은 1억원에 불과하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세무사는 "최근 해외 주식 투자가 활발해지고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절세법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2023년 전에 주식을 증여한 뒤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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