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지칭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신들의 고유한 자위권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중단 압박에 강력 반발했다. 국제 사회 제재에 상관없이 전략 살상무기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당분간 미국과의 강 대 강 신경전을 예고했다.
이병철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왼쪽)은 지난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대외담화에서 “(25일의)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는 우리 당과 정부의 국가 방위력 강화 공정 중 하나로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위권에 속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무기 시험을 미국의 집권자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걸고 들며 대조선(대북) 적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낸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발언은 우리 국가의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며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미국의 새 정권이 첫 시작을 잘못 떼었다고 생각한다”며 “앞뒤 계산도 못하고 아무런 말이나 계속 망탕하는 경우 미국은 좋지 못한 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병철은 김정은 체제에서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을 주도해 온 군부 2인자다. 작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올해 1월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을 바로 옆자리에서 보좌해 실세임을 과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존 톱다운 방식의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가운데 북한 군부 실세의 이 같은 강경 메시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하면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밝혔다. 미국은 한·미·일 협의를 거쳐 다음달 새로운 대북 정책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검토 완료 시기에 대해 “우리는 다자 이해당사자 간 대북 정책 검토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워싱턴DC에서 열릴 3국 안보실장 협의가 대북정책 결정의 최종 단계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정호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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