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피로는 간 때문일까?

입력 2021-03-28 18:17   수정 2021-03-29 00:09

옛날에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CM송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몸이 좀 피곤하면 혹시 간이 나빠진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의원에 찾아와서도 간에 좋은 보약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피로는 간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정답이다. 먼저, 간 기능이 약해지면 피로감이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간은 우리 몸의 독소 물질 등을 해독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과음이나 과로 등으로 인해 과부하가 걸리면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수치가 상승하거나 간에 질환이 생기면 강제 입원 등을 통해 휴식부터 취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한의학적으로도 간 기능을 좋게 하는 처방을 많이 한다. 보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공진단’도 《동의보감》에 간이 허한 것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기록돼 있다. 음주 전후로 공진단을 많이 복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간열을 가라앉히는 한약 처방은 숙취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만성피로는 다른 이유로도 찾아온다.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밤새 꿈을 꾸느라 제대로 못 잔 것 같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고, 바스락 소리만 나도 잠을 깨는 통에 눈이 퀭하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수면을 방해하는 스트레스나 허열을 없애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위장 기능이 떨어졌을 때도 피로가 찾아온다. 사람은 식물과 달라서 햇볕만 받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며, 먹은 음식을 소화 흡수해서 영양분과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만약 비위가 약해지면 같은 양을 먹어도 흡수되는 양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니 힘이 달리고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위장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럴 때 좋은 것이 인삼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장은 피를 걸러주고 소변을 만들어 내는 작용뿐만 아니라 호르몬 계통과 같은 진액을 포함하고, 나아가 인체의 보일러나 엔진 역할을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쪽의 기능이 떨어지면 말 그대로 파워가 떨어지면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성 기능도 더불어 감소하게 되는데 이럴 때는 선천지기 즉, 타고난 기운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만성피로는 다양한 원인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무턱대고 간만 의심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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