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점자들은 통장 해지를 고민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당첨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 혹은 ‘급전’이 필요해 청약통장에 묶여 있는 돈이 필요한 경우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웬만해선 청약통장을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공분양을 위해서다. 공공분양은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 3년 이상 무주택자 중 통장 납입 금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유주택자였다가 집을 팔아서 무주택이 돼 3년만 채우면 통장 납입금액 순으로 당첨될 수 있기 때문에 집이 있어도 꾸준히 청약저축을 넣는 게 유리하다. 통장만 유지해놓고 한동안 납입을 중단했다가 후에 일시불로 납입해도 일부 납입회차로 인정되기도 하니 참고하자.
민간분양에서도 청약통장 가입기간 점수를 유지하려면 해지해선 안 된다. 청약 가점 만점(84점) 중 가입 기간 15년 이상을 채우면 17점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청약 통장을 해지했다가 다시 가입하면 이 점수가 ‘리셋’된다.
청약 제도가 기본적으로 무주택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으나 1주택자도 ‘갈아타기’에 청약통장을 활용할 수 있다. 민간분양 전용면적 85㎡ 초과 추첨제 물량의 25%는 1주택자에게도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기회가 주어진다. 가점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당첨자를 정하니 말 그대로 운이 좋으면 새 아파트 대형 주택형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급하게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통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된다. 청약통장 납입 금액의 최대 95%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주택청약예금담보대출’이 있다. 담보대출을 받더라도 통장 가입기간, 납입회차, 가점 등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주택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청약도 마찬가지다. 새 아파트 분양 경쟁률이 지금은 수백 대 1로 경쟁이 치열하지만, 하락기엔 어떤 양상일지 예측 불가다. 청약 제도가 훗날 어떻게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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