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한화시스템이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실탄 1조2000억원을 조달한다. 한화솔루션에 이어 올해 한화그룹에서 나온 두 번째 조 단위 증자다. 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에 이어 그룹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인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 육성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관 사장의 역할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6월 신주 발행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새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항공·우주사업 관련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항공·우주사업 육성에 팔을 걷었다는 분석이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항공·우주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해외 기업에 잇달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289억원을 들여 미국 개인항공기(PAV) 기업인 오버에어 지분 30%를 사들였고, 영국 위성 안테나업체인 페이저솔루션(현 한화페이저)을 149억원에 인수했다. 또 다른 위성 안테나업체인 미국 카이메타에도 322억원을 투자했다. 올 들어서도 SK텔레콤·한국공항공사·한국교통연구원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7일 우주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를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한국판 ‘스페이스X’를 꿈꾸는 이 조직엔 한화시스템 위성통신·영상장비 전문가를 비롯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 ㈜한화 무기체계 전문인력,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투자한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이 해당 조직을 이끌며 우주 발사체와 인공위성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한화그룹이 미래사업 투자를 위해 잇달아 대규모 실탄을 조달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화그룹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지난 5일 유상증자를 통해 1조3460억원을 손에 쥐었다. 한화그룹 계열사가 지금껏 추진했던 증자 중 최대 규모다. 이 회사는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모두 태양광과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 확장과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신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을 통해 2025년까지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대형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임원은 “한화그룹이 전통적인 제조업을 넘어 태양광, 수소, 항공우주 등 미래사업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한 영역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한화그룹의 실탄 조달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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