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114명 목숨 잃었는데…러 국방차관, 방한 직전 미얀마 군 행사 찾았다

입력 2021-03-29 17:28   수정 2021-03-29 17:37

한국을 찾은 알렉산더 포민 국방차관이 방한 직전 시위대 유혈진압에 앞장선 미얀마 군 행사를 찾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민 차관이 미얀마에서 군사 협력을 강조한 날 미얀마에서는 군의 진압으로 최소 11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한·러 국방차관 회담을 개최한 것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매체인 타스통신에 따르면 포민 차관은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과 만나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의지할 만한 동맹이고 전략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포민 차관은 다음날 ‘미얀마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참관했다. 이날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5세 유아를 비롯해 무고한 시민 최소 1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 참사다.

포민 차관은 미얀마 방문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방한했다. 특히 포민 차관은 본국을 들리지 않고 미얀마 군부 행사 참석 직후 한국을 찾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포민 차관은 29일 서울 용산동 국방부청사에서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제4차 한·러 국방전략대화를 열고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안보 정세와 양국 간 국방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미얀마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미얀마 국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에 대한 군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을 규탄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국제사회와 함께 촉구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박 차관이 포민 차관 면전에서 미얀마 사태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은 러시아와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입장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8일 미·일·유럽연합(EU)·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며 “즉각 폭력을 중단하고 미얀마 시민에게 잃은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동성명 발표 다음날 미얀마 군부와 협력을 강조한 러시아 군 인사를 서울로 초청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회담에 앞서 사전에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일정을 조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러 양국은 이날 국방협력협정(MOU)을 체결하고 양국 국방교류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방 당국 간 전략적 소통을 위한 협의체 정례화와 고위급 인사 교류 활성화 등의 노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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