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실장이 전세금을 급격하게 올린 데 대해 청와대는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 보증금 상승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구차한 변명이 됐다. 그가 임대차법의 파장을 직접 겪으면서도 본인만 빠져나가고, 전세대란을 불러온 법안을 밀어붙인 것은 ‘미필적 고의’나 다름없다. 김 전 실장은 법 시행 후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지난 7개월간 25% 폭등한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여당의 내로남불 행태는 김 전 실장 이외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청와대는 부동산 투기를 인사 배제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초반부터 무너졌다. 재개발 투기에 나선 전 청와대 대변인,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채 사직해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판을 받은 전 민정수석, 독일대사로 임명되기 전 강남 오피스텔을 매입한 전 인사수석 등이 그 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지위고하, 정치 유불리를 막론하고 부동산 투기를 파헤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국민을 분노케 한 내로남불은 투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형 비리 수사를 비롯, 정권 유불리에 따라 좌우돼 온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법원의 ‘유권무죄 무권유죄’ 판결에서도, 자녀 교육에서도 수시로 드러난 이중잣대는 ‘공정과 정의’를 내건 현 정부에 대해 국민적 환멸을 자초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중도층과 여권 지지층이던 20~30대까지 등을 돌린 것은 법앞에 평등과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된 정권에 대한 민심의 분노 표출이다.
윗물이 이 모양이고, 잘못을 대충 뭉개고 넘겨온 것이 광범위한 공직 투기의 숨은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앞에 예외 없어야 하고, 진영논리가 아니라 엄정하고 균형 있는 잣대로 처벌해야 공직자 비리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신뢰를 얻고 싶다면 정권의 ‘내로남불 DNA’부터 뿌리뽑아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