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훨씬 심각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들의 고충을 헤아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코로나 여파로 자영업자들은 빚더미에 짓눌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환능력에 비해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고위험 자영업 가구가 지난해 3월 10만9000곳에서 12월 19만2000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금융당국은 이미 1년을 끌어온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6개월간 추가 연장키로 이달 초 결정했다. 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나와 잠이 안 온다며 토로했던 대로 ‘모든 위험을 오는 9월로 또 미뤘을 뿐’이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은 일단은 파국을 유예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에도 어음부도율이 지난해 0.0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그 예다. 이는 뒤집어보면 대출상환 연장 때문에 ‘죽지 못해 연명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된다.
수익을 좇고 위험을 회피하는 게 돈의 속성이다. 그렇기에 기업이든 개인이든 신용도에 따라 돈을 빌려쓸 수 있는 규모(대출한도)와 비용(금리)이 달라지는 게 금융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이런 원리가 작동해야 돈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좀비기업이 아니라 혁신기업으로 돈이 흐른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수시로 관치·정치금융을 작동시켜 이 물꼬를 막아버리고 있다. “상황이 나빠진 기업의 등급도 낮추지 말라는 건 한계기업을 존속시키고, 정상기업에 들어가야 할 자금을 줄이라는 말과 진배없다”는 한 은행 여신담당자의 지적 그대로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신용평가 체계에까지 개입한다면 결국 은행 부실화를 초래하게 되고, 그 피해는 다시 기업에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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