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2년째 통화당국에 몸을 담고 있다. 1977년 한은에 입행해 2012년 4월 부총재로 퇴직한 후 2년 동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과 연세대 특임교수로 일해온 기간을 빼면 그렇다. 그는 총재·부총재로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100번 넘게 참석해 기준금리 결정에 관여했다. 내년 3월에 만료되는 이 총재가 참석하는 기준금리 결정회의는 8번 남았다. 기준금리 결정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이 총재가 남은 1년 임기 동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지에 이목이 쏠린다.
이 총재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올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과 내년 1월, 2월 등 8차례 열린다. 그가 참석하는 8번의 회의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올지에 대해서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알려진 이 총재의 임기 만료 직후인 2022년 5월 12일 역시 매파 성향이 강한 임지원 위원의 임기가 끝난다. 매파로 알려진 의장과 금통위원의 공백을 누가 메울지 가늠할 수 없다. 이들이 금통위에 남아있는 시점이 그나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최근까지 이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수차례 전달했다.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며 “경기가 안정적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4일에도 ‘주요 현안에 대한 문답’을 통해서도 “현재로서는 통화정책 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이 아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매파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낸 금통위원도 등장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기준금리 결정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지금보다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대 대선정국과 맞물려 이 총재 임기 안에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 열린다. 20대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5월10일부터 시작된다.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장참여자와 적잖은 국민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정책"이라며 "여론 향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선을 앞두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회복궤도에 들어선다는 신호를 포착한다면 기준금리 결정회의의 흐름을 주도하는 이 총재가 금리인상 결정의 부담을 안고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이 총재와 금통위가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배제할 정도의 강단과 소신은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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