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로 떠오른 '메타버스 테마株'…VR·AR기업, 앞다퉈 코스닥 '노크'

입력 2021-03-30 17:29   수정 2021-04-07 18:25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을 주력 기술로 삼는 기업들이 잇달아 증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가상세계 ‘메타버스’ 투자 붐이 일면서 AR과 VR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지금이 자금 조달의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R 전문 기업인 맥스트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서를 제출했다.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늦어도 하반기에는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통상 예심에는 45영업일 안팎이 소요되지만 최근 심사 기업이 많아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상장 주관사는 하나금융투자다.

2010년 설립된 맥스트는 AR 기술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AR은 현실 배경에 가상 요소를 결합한 기술이다. 배경 전체가 가상으로 구성된 VR과는 구분된다. 이 회사는 2012년 국내 최초로 AR 개발 키트(SDK)를 내놔 업계 주목을 받았다. 이를 활용해 산업용 AR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대우조선해양, KT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와 만도 등 굵직한 대기업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했다.

위지윅스튜디오의 자회사 엔피 역시 코스닥 입성에 도전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인 이 회사는 VR과 AR 기술력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최초로 가상 환경 콘텐츠를 제작하는 ‘버추얼 프로덕션’인 엑스온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엔피의 VR, AR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제작된 e스포츠 축제 ‘WCG 2020’은 전 세계에서 6억50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피는 삼성스팩2호와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거래소에 예심을 청구해 둔 상태다.

실감형 콘텐츠 전문 기업 포바이포는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대신증권을 선정하고 상장 채비에 들어갔다. 하반기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이 회사는 VR을 활용해 영상 콘텐츠를 만든다. 조선왕릉을 VR로 체험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프론티어 벤처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이달 코스닥에 입성한 자이언트스텝 역시 이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VR과 A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 기술을 필두로 지난해 네이버와 합작해 실시간 비대면 콘서트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IPO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업계에서는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AR, VR 관련 기업들의 IPO 행렬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AR VR 등 실감형 콘텐츠 시장은 같은 기간 68.5%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리잡은 비대면 문화가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관련 기업의 IPO가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AR, VR 관련 기업은 실적이 본격화하지 않은 곳이 많아 특례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라며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면 투자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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