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실장의 진짜 죄책은 주택시장 혼란을 빤히 예상하고도 전·월세 상한제를 감행해 ‘부동산 지옥’을 만든 것이다. 법적으로 말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서민 삶 파괴죄’다. 미필적 고의는 파괴적 결과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범죄를 내지른 경우를 일컫는다.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14%나 올려받을 즈음에는 그도 분명히 ‘임대차 3법’의 후폭풍을 인식했을 것이다. 전·월세 편법 인상으로 결국 세입자에게 최종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지적도 많은 전문가가 끊임없이 제기해온 터였다.
미필적 고의로 범벅된 정책은 임대차 3법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로 달려가 ‘비정규직 제로’를 1호 정책으로 선언할 때부터 조짐이 나빴다. 운 좋게 그 시점에 비정규직이던 사람만 대박 나는 정책을 쇼하듯 밀어붙인 결과는 참혹하다. 수많은 취준생이 입사 기회를 봉쇄당했고, 공사 내부에선 을과 을의 갈등이 폭발했다. 마사회는 ‘알바생 정규직화’에 매달리다가 지난해 신입 공채가 0명이다. 이 정부 4년 동안 비정규직은 오히려 95만 명 급증했다. 이명박(22만 명)·박근혜 정부(53만 명) 시절을 압도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간판 정책인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급격한 인상은 사회적 약자들을 고용시장 바깥으로 내몰 것이라고 국책연구기관인 KDI까지 경고했다. 그런데도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 등은 밀어붙였고, 그 결과는 역대급 실업 사태다.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재원 대책 없는 ‘문재인 케어’ 등의 궤적도 대동소이하다.
이 모든 소동 뒤에는 표 계산에 목숨 거는 거대 여당이 자리한다. 안전도, 효율도 검증되지 않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최소한의 적법 절차도 무시했다. 28조원이 든다는 건설비를 부산시장 선거 예상 투표자로 나누면 1인당 1700만원이다. 대놓고 ‘선거용’임을 과시하는 모습에선 미필적 고의를 넘어 명백한 고의가 충만하다. 한국의 경제·법치·민주주의가 미필적 고의범죄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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