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31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방대하고 모호한 의무 조항으로 18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교직원, 공기업 임직원들이 대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법 규정을 최소화하되 법을 위반하면 ‘일벌백계’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엔 찬성하지만 독소 조항들이 너무 많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에서 31년동안 인사 업무를 주로 담당하다 지난해 4월 국회로 입성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해충돌방지법은 공무원들이 업무 수행 중 생길 수 있는 이해충돌을 사전에 막기 위해 재산을 사전 등록하고 이해관계자를 신고하는 등 이해충돌과 관련된 여러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라며 “공직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공직에서 인사 업무만 30년 넘게 담당한 나도 헷갈리는 규정들이 많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피해자가 수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대한 징계를 예로 들었다. 박 의원은 “금융감독원장이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를 징계하기 위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할 경우 본인과 배우자의 친인척 중 펀드 투자자, 징계 대상 회사 직원 등 이해 관계자가 있다면 회의 참석을 사전 기피해야 한다”며 “징계 뿐 아니라 인가·허가·면허·특허·검사 등 민간 업무와 이해 관계가 얽힌 모든 행정 행위의 업무처리가 지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0미터 달리기에 나가는 모든 공직자들에게 모래 주머니를 채우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비유했다.
박 의원은 공직 사회 부패를 막기위한 법과 제도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공직 윤리에 관한 법령은 이 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이해충돌방지법 외 공직자윤리법,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부정청탁금지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공무원행동강령(시행령) 등 다섯개 법령이 더 있다”며 “적용 대상인 공무원들이 이렇게 복잡한 법률 조항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법 위반 가능성을 따져 보는 과정이 모두 행정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리실이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런 모든 법과 제도를 하나로 모아 하나의 단일 법률로 공직 윤리를 총괄해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논리다. 그는 “권익위가 처음 이 법안을 정부안으로 제출한 2013년 이후 국회에서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차관을 세 명씩이나 둔 권익위는 지난 8년동안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이 통과되면 시행 초기엔 김영란법처럼 각 부처의 질의가 쏟아지면서 권익위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며 “결국 권익위의 공무원 숫자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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