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되, 기민하게 움직여라"…GS리테일의 '플랫폼 전략'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1-03-31 15:14   수정 2021-03-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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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아마존 웨이’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를 방문해 글로벌 리테일 산업의 급변하는 상황을 직접 목도했다. 국내 유통업계 CEO로는 처음이었다. GS리테일이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 본격 나서기 시작한 때도 2017년부터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특수식 개발 업체 등 20여 개사에 약 600억원(올 상반기까지 누계)을 투자했다.

GS리테일이 창립 50주년 맞아 31일 ‘2025년 매출 25조원 달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허연수 부회장은 “올해 GS홈쇼핑과의 합병(7월)을 통해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통합 쇼핑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고객과 함께 100년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기준 13조3611억원(GS리테일+홈쇼핑)인 매출을 5년 만에 두 배 가량 늘리겠다는 포부다.

허 부회장의 호언이 실제 현실로 나타날 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의 진격, 신세계와 네이버의 ‘혈맹’, 롯데쇼핑의 반격 등 경쟁자들도 하루가 다르게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투자 및 IT(정보통신) 업계에선 국내 유통업체 중에선 GS리테일이 글로벌 리테일 산업의 흐름을 가장 잘 읽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GS홈쇼핑은 쿠팡 초기에서부터 최근 상장까지의 전 과정을 지켜봤다. 2012년 미국계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가 펀드를 만들어 쿠팡에 투자할 때 당시 GS홈쇼핑 대표였던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펀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GS홈쇼핑은 알토스벤처스 1, 2, 3호 펀드에 모두 돈을 넣었다. 쿠팡을 비롯해 배달의민족, 토스 등 ‘유니콘’들의 탄생으로 상당한 투자 수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GS리테일과 홈쇼핑의 벤처 투자액을 합치면 6000억원에 육박한다.

GS그룹 유통 계열사들은 대형 M&A(인수·합병) 등 화려한 성장 전략 대신에 ‘은밀하고 기민하게’ 내부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리테일 플랫폼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GS홈쇼핑만 해도 수년 전부터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전사적 차원에서 시행 중이다. 그룹 계열 IT 서비스 회사에 외주를 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IT 인력을 키우고 있다. 롯데쇼핑이 작년 하반기에 CDO(최고데이터책임자)라는 직책을 만들어 데이터 경영에 첫 발을 디딘 것에 비하면 훨씬 앞서 있다는 평가다.

GS리테일은 일찌감치 ‘아마존 웨이’를 실행 중이다. 허 부회장은 2018년 초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12가지 ‘직무수행 DNA’를 제시했는데 첫 번째가 ‘고객에 대한 집착’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철칙을 조직 문화로 정착시켰다. 신세계도 정용진 부회장이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라”고 주문했는데, 올 해 신년사를 통해서였다.

허 부회장의 ‘2025년 25조원’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관건은 홈쇼핑과의 합병 시너지를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느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리테일과 홈쇼핑의 온라인 플랫폼(GS샵, GS프레시몰 등) 하루 평균 방문자가 약 600만명”이라며 “다양한 벤처 연합군과의 협력으로 혁신 역량을 높이고 동시에 리테일과 홈쇼핑이 갖고 있는 IT, 물류, 상품소싱 능력을 결합한다면 국내 선도 리테일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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