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원자력, 과도한 공포가 더 위험하죠"

입력 2021-03-31 17:44   수정 2021-04-01 14:37

“미량의 방사선이 암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습니다. 방사선과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사람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사진)는 “사람들이 말하는 ‘방사선 공포’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대부분 근거를 찾아보기 힘든 ‘만들어진 공포’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강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해 암 진단·치료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2013년부터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의료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방사선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최근 《공포가 과학을 집어 삼켰다》를 번역·출간했다.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가 꼭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책을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진 지 꼭 10년이 된 날에 내놓았다.

강 교수는 ‘사람들에게 방사선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알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10년 전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였다고 했다.

“사고 직후 어떤 시민단체는 ‘낙진으로 인해 한국에서도 방사능 비가 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등교 거부 운동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죠.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 측정된 방사선 수치는 자연 방사선의 1000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려다 보니 책까지 번역하게 됐습니다.”

강 교수는 일부 시민단체에서 만든 ‘원자력 마피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원자력과 방사선 바로 알리기’ 활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고 했다. 막연한 공포가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강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에서 방사선 노출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소아 갑상샘암 환자가 늘었다는 발표가 있지만, 이는 검사를 늘린 여파로 생긴 착시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 일본에선 후타바 요양병원 등에서 장기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들을 무리하게 탈출시키다가 60여 명이 사망했다”며 “방사선 때문이 아니라 호흡기 치료 등을 받는 환자를 이동시키는 데 10시간 넘게 걸린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과도한 공포가 더 큰 위험을 만든 사례’다. 국내에서도 방사선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많은 만큼 자칫 원전 사고가 터지면 똑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강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깨끗하고 안전한 원전 에너지를 두고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체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은 난센스”라고도 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람들이 방사선의 진실에 접근하게 되면 막연한 공포감은 저절로 사라진다”며 “방사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초·중등 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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