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내놓은 ‘2·4 대책’의 핵심 중 하나다. 더 이상 주택을 지을 땅이 없다는 서울 도심에서 5년간 11만7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묘책으로 소개됐다. 땅 주인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공이 개발을 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1차 후보지 공개에도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공공에 주민들이 개발을 맡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31일 발표한 1차 선도사업 후보지 21곳은 대부분 역세권, 저층주거지다. 역세권의 경우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도봉구 방학역·쌍문역 동서쪽, 영등포 영등포역, 은평구 연신내역·녹번역·새절역 동서쪽 등이다.
연신내는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이자 향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까지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이다. 이 때문에 주택 수요가 많지만 기존 도시계획으로는 사업성이 낮아 개발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곳에 총 478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역세권 중 가장 규모가 큰 영등포 역세권(9만5000㎡)에선 총 2580가구 공급 방안을 내놨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5만1497㎡)에서도 1253가구 규모의 대단지 공급이 가능하다. 영등포구에는 저층주거지 사업 후보지가 있다. 신길동 저층주거지(옛 신길4구역)는 신길뉴타운 중심부에 있다. 2014년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뒤 7년간 이렇다 할 사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총 5만1901㎡ 규모에 근린공원, 상업시설이 포함된 1199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준공업지역은 도봉구 창동 674 일대와 창2동주민센터 인근이다. 창동 준공업지역은 산업기능을 상실한 채 노후화됐다. 정부는 이곳을 상업·편의·산업시설이 복합된 근린생활 중심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들 지역에 법정 상한의 140%(최고 700%)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도시규제를 완화해줄 방침이다. 대신 전체 주택 물량의 70~80%는 공공분양(토지소유자 우선공급 물량 포함)으로 공급하고, 환매조건부·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 및 공공임대는 20~30% 범위에서 공급해야 한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선도사업지 21곳의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용적률이 민간 재개발 사업보다 111%포인트 높아지고 가구 수는 1.4배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공공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덜한 공공재개발 사업조차 반발이 커지면서 제대로 추진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공재개발은 LH나 SH공사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조합과 사업 공동시행자로서 참여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장 선거 역시 큰 변수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뿐만 아니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민간 개발이 쉬워지면 굳이 임대주택을 더 지으면서 공공이 개입하는 사업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정부가 공공개발을 밀어붙인다고 해도 서울시와 엇박자가 나면 큰 동력을 얻기 힘들지 모른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되지 않았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의 근거법인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돼 법이 언제 통과될지 장담할 수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개발사업이 멈춘 지역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토지주와 상가가 많을수록 의견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진석/전형진/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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