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사장님이 지하철역에서 인형 파는 이유는?

입력 2021-04-01 17:40   수정 2021-04-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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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1일 광화문역에서 인형 판매에 나섰다. 연간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에도 정부 재정지원은 커녕 요금 인상 논의도 이뤄지지 않자, 개당 5000원짜리 인형이라도 팔아 시민들에게 공사의 재정난을 알려보겠다는 취지다.

공사는 이날 오후 2시 광화문역 지하 3층 대합실에서 서울교통공사의 마스코트인 '또타' 인형을 판매했다. 인형은 개당 5000원이다. 공사 관계자는 "인형이라도 팔아 적자를 조금이나마 메우겠다는 취지로 기획한 행사"라며 "공사의 절박한 상황을 시민들에게 호소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지하 3층 대합실에서 시작된 줄은 지하 4층 지하철 5호선 플랫폼까지 이어졌다. 준비한 물량 600여개는 이날 세 시간 만에 완판됐다.

지난해 4월 1일 취임한 김 사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 1주년 행사로 인형 판매를 택한 이유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지난해 1조11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5865억원) 대비 손실이 89.9%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승객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공사가 이처럼 극심한 재정난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2015년 이후 이용 요금을 동결한 데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 무임수송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2019년 기준 공사는 승객 한 명을 태울 때마다 494원의 손해를 보는 구조로 지하철을 운행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승객이 크게 줄어 승객 1인당 결손금이 1107원에 달했다. 노인 무임수송 손실에 따른 비용을 국비로 보전 받거나,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계속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김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임수송은 사회 복지적 측면의 서비스로 보다 나은 수송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세계의 어느 지하철도 요금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요금 인상이든 사회적 합의에 의한 지원이든 빨리 제도가 정착돼 안정적으로 운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19~24세 청년에 버스·지하철 요금을 40% 할인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중요한 건 서비스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느냐는 것"이라며 "운영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만 있지 이 비용을 어떻게 부담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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