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느 날 아침 급하게 외출하는 바람에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간 적이 있는데, 하루종일 매우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지인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달 일정을 확인할 수 없어 새로운 약속을 잡기도 어려웠다. 궁금할 때 손쉽게 찾아봤던 정보 검색을 할 수 없어 답답했고,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 멋진 풍경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이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단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금융생활에서도 스마트폰은 필수 도구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자금을 이체하며 대출을 받기도 한다. 은행 점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서만 금융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세계 1위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두드러진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자금을 보내려고 할 때 수표를 발행해 수취인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행을 이용한 송금거래의 경우에도 2~3일이 소요돼 실시간으로 돈을 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금융생활은 우리를 좀 더 편하게 해준 이면에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신속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거래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송금 버튼을 누르게 돼 발생하는 착오송금이 그 예다. IT 시스템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특히 다른 나라보다 착오송금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착오송금을 개인의 실수로만 돌리고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한 금융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발달한 IT 시스템의 편리함은 살리면서, 편리함의 추구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한다. 그런 측면에서 착오송금 반환 지원 입법은 한국 금융이 선진금융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마트폰 사용이 필수가 된 모바일 시대, 스마트폰과 떨어져 산다는 것은 마치 역사를 되돌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선진 IT 금융시스템을 더욱 살려가면서 금융소비자들도 두텁게 보호하는 윈윈(win-win)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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