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입력 2021-04-05 09:01  


A국가와 B국가는 수박 한 통과 참외 10개를 맞교환합니다. 수박과 참외는 1대 10의 등가성(等價性)을 가집니다. A국가와 B국가가 서로 교역을 한다면, 모든 것이 교환 비율을 가질 겁니다. 교환 비율은 고정되어 있거나 변할 겁니다. 수박 농사가 잘 안됐거나, 참외밭이 가뭄으로 망한 경우, 수박과 참외 교환 비율은 달라지겠지요.

A국가와 B국가의 화폐는 어떨까요? 그것에도 교환 비율은 존재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환율(exchange rate)이라고 부릅니다. 환율이 달라지는 이유는 수박과 참외의 관계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한 가지 점에선 환율은 수박-참외와 같습니다. 환율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죠. 가령 H국가의 화폐를 원하는 나라와 기업, 개인이 많으면 즉 수요가 많으면, H국가의 화폐 가치는 올라갈(환율 하락) 겁니다. 반대라면, 화폐 가치는 떨어질(환율 상승) 겁니다.

환율은 공급에 따라서도 변합니다. H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돈을 많이 찍어 공급했다면 이 돈의 가치는 떨어질 겁니다. 남아메리카에 있는 베네수엘라는 돈을 인쇄기로 마구 찍어낸 결과 화폐 가치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베네수엘라 돈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상황에 따라서도 바뀝니다. 예를 들어 C국가의 경제와 정치가 불안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던 C국가의 화폐를 달러로 바꿔나갈 겁니다.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 맞습니다. C국가 화폐가 싸지고 달러가 비싸집니다. 환율이 폭등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C국가가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많이 가져와서 C국가 화폐로 바꿀 것입니다. C국가의 화폐 가치가 오를 테지요.

환율은 크게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로 운용됩니다. 고정환율제는 중앙은행이 개입해서 일정한 수준으로 환율을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변동환율제는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미국은 변동환율제, 중국은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씁니다. 우리나라는?

환율을 두고 국제간 분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환율 전쟁입니다. 자국에 유리하고, 경쟁국에 불리하게 환율을 운용하는 이기심이 국가 간에도 나타납니다. 환율 방향에 따라 기업과 개인들의 이해관계도 달라집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이 좋아하고, 수입기업과 유학생 부모들이 싫어하죠. 환율은 두 얼굴을 가졌습니다. 야누스적이라고 할까요? 4, 5면에서 환율 이론과 환율 이해관계를 더 알아볼까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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