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건설기계 시장에서 미국 일본 스웨덴 등에 비해 후발주자이긴 합니다. 하지만 판을 뒤집을 때가 됐습니다.”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사장(사진)은 최근 경기 성남시 현대건설기계 분당사무소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세계 선두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 사장은 지난달 26일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의 뒤를 이어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은 미국 캐터필러(점유율 16.2%), 일본 고마쓰(11.5%), 중국 사니(5.4%), 스웨덴 볼보(4.6%)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1.2%)와 두산인프라코어(3.3%)가 합치면 단숨에 세계 5위권 업체로 부상해 이들 기업과 경쟁하게 된다.
공 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현대건설기계는 인도 시장에 각각 강점이 있다”며 “엔진 공동개발, 부품 공동구매 등에서도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공 사장은 건설기계 시장에 첨단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것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테슬라가 전기차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것처럼 첨단 기술력으로 선두권 업체를 추격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내연기관에서는 출발이 늦었지만 전기 수소 등 신동력원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전기 굴착기, 드론을 이용한 무인 건설체계, 원격 조종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를 기반으로 한 수소지게차와 중대형 수소굴착기를 개발하고 있다. 2023년 양산이 목표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자율주행 무인지게차는 KG동부제철, 국방부 보급단 등에 이미 납품했다.
현대건설기계는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할 계획이다. 공 사장은 “건설기계는 이제 기계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결집된 첨단 로봇으로 봐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가정용 로봇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건설기계 시장은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 사장은 “코로나19로 밀려 있던 세계 각국의 프로젝트들이 재개되면서 건설기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최근 3개월간 중동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어난 2698대의 건설장비를 수주했다.
공 사장은 2017년 11월 현대건설기계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선제적으로 신흥시장 영업망을 강화해 사업 경쟁력을 높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 사장은 “아프리카가 앞으로 큰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판단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일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인 선진국 시장에서도 올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신흥시장보다 옵션과 요구 조건이 다양한 만큼 맞춤형 마케팅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건설기계산업협회장으로서 포부도 드러냈다. 공 사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자금 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국내 협력사가 많다”며 “세계 진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정부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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