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2일 한림원탁토론회 ‘AI 시대의 인재 양성’ 세미나에서 “AI 시대의 교육 문제는 AI 기반 학습 시스템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전통적 교육 방식과는 차별화된 대학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 ‘AI 1세대’ 김진형 KAIST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 김정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 등 학계와 정부의 AI 유관 전문가 10명이 참석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오 교수는 대학생들의 컴퓨터공학 전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지적했다. “KAIST에선 전산과 진입생이 지난해 200명을 넘어섰고, 부전공·복수전공 학생 수는 300명을 넘어섰다”며 “특히 AI와 머신러닝 관련 강좌 수강생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학내 온라인 교육 양상을 바꿀 계기가 됐다. 오 교수는 “학생들의 갈증이 커진 만큼,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AI 교육 시스템이 필요해졌다”며 “기존의 성적 나열 방식 말고, 피교육자의 개별 데이터를 파악해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서 교수는 대학 이전의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AI를 배우기 위해선, ‘컴퓨팅 사고력’ ‘기초수학’ ‘통계학적 개념’을 기초 소양으로 배우고 입학해야 하는데 현 공교육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컴퓨팅 사고력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과 유사하다”며 “어릴 때부터 배울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초·중등 과정에서의 컴퓨터 교육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언어는 형식 언어(구조가 명확히 규정된 언어)이기 때문에, 공교육 편입을 통해 대학에서 2년여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 “AI를 배운 석사 졸업생은 1000명이 나와도 부족하다”며 AI대학원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인재 확보를 위해 국경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 소장은 “국내 대학이 다 망하더라도, 우리가 유지해온 국가 단위 교육시스템의 틀을 깨야 한다”며 “한국이든 외국이든 국경을 순환할 수 있는 인력 수급 모델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 교사가 모자라다면 외국에서도 데려올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이 원한다면 비자 시스템을 바꿔서라도 인력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주목받았다. 김형주 교수는 “정규 AI 과정들이 생겨난지 채 2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도 현재로선 산업계가 원하는 인력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들이 그에 걸맞는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해서 인력수급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며 “교수들의 추가 부담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정규 과정에서 사용한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에 병행 활용하는 식으로 발전된 교육 기법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김 정책관은 “기업들의 사업 방향이 AI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영역으로 다각회되고 있다”며 “정규 교육과정의 혁신과 산업 현장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교육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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