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베팅했던 미국 헤지펀드의 투기 자금도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순매수로 돌아섰다. 레버리지 펀드 투자자가 달러 선물을 순매수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달러화 자산으로 자금 유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이일드, 원자재 등 위험자산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은 주춤한 반면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ETF로 자금 유입이 확연하다. 지난 3월 25~31일 미국 상장 ETF 중 자금 유입이 컸던 상위 종목에는 ‘iShares Core S&P500’ ‘iShares 미국 7~10년 만기 국채’ 등 ETF가 포진했다.
달러 강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1.7%까지 올라 연초 0.9% 대비 3개월 동안 0.8%포인트가량 뛰었다. 이 같은 금리 상승세는 미국이 경기 부양책과 공격적인 백신 접종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1일 약 2조달러 규모 인프라 건설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인프라 투자 재원은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교육과 복지 분야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의 인프라 투자와 증세가 달러화 강세를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노후화된 인프라를 개선해 생산성을 높이고, 증세로 소득 불균형 완화를 통해 유효 수요를 늘리면 잠재 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라며 “달러 강세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미국 정부가 국채 투자 매력도를 높이려 할 것”이라며 “미국 경기가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면서 좋아지고 있는 데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가격 매력도 생겼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로서는 유리한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경기가 좋아도 부양책은 멈추지 않을 것이란 Fed의 확고한 의지 역시 달러 자산에 투자해야 할 명백한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위험 기피 심리가 커질수록 미국 주식 등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원래 안전자산이라고 하면 ‘위험이 낮은 금융자산’을 생각하기 쉽지만, 지난해 코로나19발(發) 폭락과 회복장 이후 안전자산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그동안 안전자산이라고 믿어왔던 채권, 엔화, 금 등이 가파른 가격 하락을 보이자 투자자 사이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믿음이 약해졌다”며 “오히려 지난해 3월 폭락장과 그 이후의 미국 증시 랠리를 경험한 투자자는 달러야말로 리스크가 커질 때 주목할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