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속도다. 전문 업자들이 쓰는 채굴기는 초당 100테라해시를 실행하지만, 그가 개조한 게임보이는 초당 0.8해시를 처리했다. 성능이 1250억 배 차이 난다는 뜻이다. 게임보이로 비트코인 1개를 얻으려면 ‘수천조년’이 걸린다. IT매체 시넷은 “썩 실용적이진 않지만 실제 작동한다는 사실이 꽤나 인상적”이라고 했다.
낡은 IT기기를 비트코인 채굴기로 탈바꿈하는 것이 ‘IT 마니아’들에게는 일종의 놀이다. 켄 시리프라는 이름의 엔지니어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지원한 최초 컴퓨터인 1973년산 ‘제록스 알토’로 비트코인 채굴에 성공한 적이 있다. 이 컴퓨터의 처리속도 역시 초당 1.5해시로 매우 더딘 편이다. 그는 “이 컴퓨터로 비트코인 1개를 채굴하는 데는 우주의 역사보다 5000배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리프는 1960년대 중반 기업용 컴퓨터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IBM 1401’, 1980년대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하기도 했다.
만든 사람도 알고, 보는 사람도 안다. 재밌자고 해 본 일이라는 것을.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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