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금융지주사들이 금융위원회에 은행계열 금융지주사들이 뱅크인뱅크(BIB·은행안의 은행)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비대면 서비스가 금융의 판도를 바꿔놓는 현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인터넷은행 규제로는 공정한 경쟁이 벌어질 수 없고, 금융 소비자들의 혜택도 적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안이 구체화한다면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설립을 준비 중인 토스뱅크 등 3곳 뿐인 국내 인터넷은행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매우 촘촘한 방식의 현행 인터넷은행 '허가제'로는 은행업의 정의가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국내 대형은행들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감안했다. 대형은행들은 감독당국에서 더욱 강한 규제를 받는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세에 맞서 애자일, 셀 등의 전문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인력구성과 조직논리 상 혁신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업이 변하는 만큼 인터넷 금융업에도 보다 강력한 경쟁의 논리가 도입돼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세계 은행들은 은행 서비스의 툴을 다른 금융회사와 핀테크 회사에 제공하는 '서비스형 은행(Baas)', 자산관리(WM) 서비스만 하는 ‘WM 전문은행’ 등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다양한 전략을 펼 수 있게 선택의 문을 열어놓자는 취지로 실무자 차원의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은행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형 금융지주사에 버금가는 10조원대로 거론된다. 기존 레거시 은행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점을 통한 대면 서비스를 유지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비대면 금융으로의 전환이 느린 이들로선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형 지주사들 중에선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주저할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고, 노동조합의 반발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모은 의견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해 ‘당분간은 추진 계획이 없다’는 곳이 있는 반면,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낸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대형은행들이 ‘은행 안의 은행(BIB)’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은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금융주력자만'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스라엘의 르미 은행은 최근 BIB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인 페퍼뱅크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뒀다”며 “국내 금융지주사들도 BIB 혹은 100%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어 다양하고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도를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김대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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